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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Hackathon

홍콩 해커톤 Smartone 참가 후기

Smartone Hackathon 2018

홍콩에서 스마트한 삶을 꿈꾸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사내 해커톤에서 개발되어 상용화된 사례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해커톤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이후 IT기업들 사이에서 해커톤 개최는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우리 회사를 비롯하여 네이버, 삼성전자 등의 기업이 해마다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지자체, 대학교, 금융기관 등에서도 다양한 목적의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어떠한 해커톤이 열리고 있고, 국내 해커톤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년 가을 홍콩에서 열린 '스마톤 해커톤(Smartone Hackathon) 2018'에서의 경험을 소개한다.


글_SK플래닛 Data Infrastructure팀 최원영 매니저



해커톤이란?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 UI 설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제한된 시간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비즈니스 모델 등의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대회를 말한다. 해커톤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의 업무 과정을 24시간 혹은 48시간으로 압축한 것이라 보면 된다. 다만 보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관습적인 업무 방식을 의도적으로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일상적 업무와는 다르다.

홍콩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곳


홍콩 제1의 통신 기업인 스마톤(Smartone)이 주최한 '스마톤 해커톤 2018'의 주제는 '스마트 라이프, 스마트 프로퍼티(Smart life, Smart property)'였다. 5개국이상 1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하였고, 총 25개 팀이 경합을 벌인 제법 규모가 큰 대회였다. 통신 기업에서 주최한 해커톤임을 감안한다면 참가자들이 작품이 모바일 앱에 치중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대회에서 목격한 아이디어들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반영하였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분 없이 다양한 기술과 접목되는 양상이었다.



스마톤 해커톤의 이러한 다양성은 홍콩이라는 도시가 지닌 특성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홍콩은 24년째 경제자유지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이다. 경제자유지수란 미국 보수 성향의 정책 연구소인 해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매년 각국의 재정 상태, 금융 규제 정책, 무역 정책 등을 기준으로 측정한 지표로서 국가별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조사가 시작된 1995년 이래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콩은 세금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그만큼 사업 편의설을 갖추고 있는 도시라 볼 수 있다. 덕분에 아시아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이 사업을 위해 홍콩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지엽적 조건에 갇히지 않는 글로벌한 트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디어 기획에서

개발까지


이번 해커톤의 주제가 스마트한 도시생활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비즈니스 모델 구상에 앞서 홍콩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파악해야 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홍콩의 주택난이었다. 홍콩은 2000년대 이후 중국 본토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폭등했고, 비정상적인 주택 가격으로 인해 심각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공 임대 주택을 배정받으려면 최소 몇년을 대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도시 생활을 문제점을 어떤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글로벌한 해커톤의 진면목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대회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이나 아이디어를 홍보하여 원하는 팀에 합류하거나 직접 팀을 꾸릴 수도 있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일이 부담스럽고 경험보다는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면 팀을 미리 구성해서 참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나는 대학 동기 2명, 대학 후배 2명과 함께 미리 팀을 구성하여 참가하였다. 팀원들을 홍콩행 비행기에 오르게 하기까지 긴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익숙한 구성원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개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주택난이라는 문제 상황을 보다 구체화시킨 끝에 주거 공간 관리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챗봇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홍콩의 주상복합이나 아파트에서는 관리 공지사항을 아직도 전화나 엘리베이터의 게시판을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주거인과 관리인이 보다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공지사항을 챗봇 플랫폼을 통해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모아 추후 관리 포인트를 예측하거나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대회장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고,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즐기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한 뒤에는 본격적인 개발의 시간이 찾아왔다. 먼저 챗봇 기반의 NLP, Chat-flow 등의 기술 개발 진행 여부, 사용할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종류를 고민하였다. 최종적으로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의 챗봇인 렉스(Lex)를 사용하여 NLP와 Chat-flow를 해결하기로 했고, 아마존 웹 서비스의 EC2 서버와 아파치(Apache) 기반의 html 정적 페이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5명의 팀원 모두가 열정을 불태우며 뜬눈으로 지새운 홍콩의 밤이었다.


심사위원들

함께 고민하


홍콩 해커톤 심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디어를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시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회에 미칠 영향이나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평가하기 쉽다. 그러나 홍콩 해커톤의 심사위원들은 아이디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심지어 아이디어가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참가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였다. 덕분에 참가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심사를 통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컨설팅을 받은 것처럼 새로운 진출 영역을 발견하게 되거나 한 단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권위적이고, 기업의 홍보 용도로 적합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큰 점수를 주지 않는 국내 해커톤 심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참가자 중에 비전문가들이 많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된 가족 단위의 팀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해커톤에 참가할 수 있었다. 10살 남짓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얼굴로 단상에 올라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보다 자유로운 해커톤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찰력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준비완료!


이번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은 홍콩 공원에 비치된 애견용 배변 비닐 제공 장치를 사물인터넷에 연결시킨 서비스였다. 홍콩, 이스라엘, 중국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 팀은 배변 비닐 제공 장치에 QR코드나 NFC 모듈을 연결시켜 견주가 편리하게 장치를 찾을 수 있게 하고, 공원 관리인은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하여 공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팀의 발표를 듣는 순간 홍콩 공원에서 해당 장치를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효과적인 아이디어란 새롭고 신기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이 내세울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해커톤 참가를 포기한다. 그러나 해커톤에 있어 기술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물일 뿐이다. 그러니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말고 도전해 보자. 당신의 관찰력과 아이디어에 반해 팀을 이루고 싶어 하는 개발자,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